교육부 고위간부 “민중은 개·돼지···신분제 공고화해야”
이 글은 경향신문 2016. 7. 8 에 올라온 글입니다.
ㆍ교육정책 총괄 나향욱 정책기획관, 기자와 식사하며 ‘망언’
ㆍ“출발선상 다른 게 현실…상하 간의 격차를 인정하자는 취지”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47·사진)이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며 “(우리나라도) 신분제를 정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종로의 한 식당에서 경향신문 정책사회부장, 교육부 출입기자와 저녁을 함께하는 자리에서였다. 자리에는 교육부 대변인, 대외협력실 과장이 동석했다.
나 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 공무원 정책실명제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신분제’ 얘기를 꺼냈다. 경향신문 기자들은 발언의 심각성을 지적하고 수차례 해명의 기회를 주었으나 나 기획관은 처음의 발언을 거두지 않았다. 경향신문 기자들과 기획관은 이날 처음 만나는 상견례 자리였다. 교육부 정책기획관(고위공무원단 2~3급)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굵직한 정책을 기획하고 타 부처와 정책을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다. 나 기획관은 행정고시 36회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 비서관, 청와대 행정관으로 일했고 교육부 대학지원과장, 교직발전기획과장, 지방교육자치과장을 거쳐 지난 3월 정책기획관으로 승진했다.
경향신문은 사석에서 나온 개인 발언이란 점을 감안하더라도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고위 간부의 비뚤어진 인식, 문제 발언을 철회하거나 해명하지 않은 점을 들어 대화 내용을 공개하기로 했다.
“나는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나향욱 정책기획관)
-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모두 농담이라고 생각해 웃음)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된다. 민중은 개·돼지다, 이런 멘트가 나온 영화가 있었는데….”
- <내부자들>이다.
“아, 그래 <내부자들>….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
- 그게 무슨 말이냐?(참석자들의 얼굴이 굳어지기 시작)
“개·돼지로 보고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고.”
- 지금 말하는 민중이 누구냐?
“99%지.”
- 1% 대 99% 할 때 그 99%?
“그렇다.”
- 기획관은 어디 속한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1%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어차피 다 평등할 수는 없기 때문에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는 게 무슨 뜻인가?
“신분이 정해져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미국을 보면 흑인이나 히스패닉, 이런 애들은 정치니 뭐니 이런 높은 데 올라가려고 하지도 않는다. 대신 상·하원… 위에 있는 사람들이 걔들까지 먹고살 수 있게 해주면 되는 거다.”
- 기획관 자녀도 비정규직이 돼서 99%로 살 수 있다. 그게 남의 일 같나?
(정확한 답은 들리지 않았으나 아니다, 그럴 리 없다는 취지로 대답)
- 기획관은 구의역에서 컵라면도 못 먹고 죽은 아이가 가슴 아프지도 않은가. 사회가 안 변하면 내 자식도 그렇게 될 수 있는 거다. 그게 내 자식이라고 생각해 봐라.
“그게 어떻게 내 자식처럼 생각되나. 그게 자기 자식 일처럼 생각이 되나.”
- 우리는 내 자식처럼 가슴이 아프다.
“그렇게 말하는 건 위선이다.”
- 지금 말한 게 진짜 본인 소신인가?
“내 생각이 그렇다는 거다.”
- 이 나라 교육부에 이런 생각을 가진 공무원이 이렇게 높은 자리에 있다니…. 그래도 이 정부가 겉으로라도 사회적 간극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다.
“아이고… 출발선상이 다른데 그게 어떻게 같아지나. 현실이라는 게 있는데….”
경향신문 기자들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수 없다고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온 교육부 대변인과 과장이 “해명이라도 들어보시라”고 만류, 다시 돌아가 앉았다. 이때부터는 휴대폰 녹음기능을 틀고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나 기획관은 “공무원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편하게 얘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 조금전 발언 실언이냐, 본인 생각이냐.
“(휴대폰을 가리키며) 일단 그거 꺼라.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린 것도 있고. 내 생각은 미국은 신분사회가 이렇게 돼 있는데, 이런 사회가 되는 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이런 얘길 한 것이다. ‘네 애가 구의역 사고당한 애처럼 그렇게 될지 모르는데’ 하셨는데, 나도 그런 사회 싫다. 그런 사회 싫은데, 그런 애가 안 생기기 위해서라도 상하 간의 격차는 어쩔 수 없고… 상과 하 간의 격차가 어느 정도 존재하는 사회가 어찌 보면 합리적인 사회가 아니냐 그렇게 얘기한 것이다.”
- 사회안전망을 만든다는 것과 민중을 개·돼지로 보고 먹이를 주겠다는 것은 다르지 않은가.
“이 사회가 그래도 나아지려면 어느 정도 인정하는 게 있어야 할 거 아니냐라고 얘기한 거다.”
- 정식으로 해명할 기회를 주겠다. 다시 말해 봐라.
“공식적인 질문이면… 그거 끄고 하자.”
- 본인의 생각이 떳떳하면 왜 말을 못하는가. 개인 생각과 공무원으로서의 생각이 다른가.
“같을 수도 있고 다를 수도 있는데… 지금은 말 못한다.”
나 기획관은 8일 저녁 대변인과 함께 경향신문 편집국을 찾아와 “과음과 과로가 겹쳐 본의 아니게 표현이 거칠게 나간 것 같다. 실언을 했고,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글은 경향신문 2016. 7. 8 에 올라온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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