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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인사

킹스텔라 2016. 8. 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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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아침 나보다 먼저 출근하는 아내에게 건네는 인사말이 있다.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아내에게 잘 다녀와요.” “애들하고 싸우지 말고 잘 놀다 와요.”라고 인사를 건넨다. 인사는 많이 받는다 해서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러한 나의 아침 인사에 아내는 썩 좋아하질 않고 때로는 짜증도 낸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침마다 아내에게 이와 같은 인사를 건넨다.

 

   아내는 교사다. 어느덧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하며 가르치는 것을 즐거워하며 큰 보람으로 느끼며 보낸 세월이다. 때로는 제자들이 훌륭하게 자라 선생님의 영향력이 컸다면서 오랜 시간을 거슬러 인사하러 찾아오는 제자들을 보며 무척이나 보람을 느끼며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 아침에 출근하는 아내의 뒷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점점 생기를 잃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아내는 아직 정년이 십여 년 남았지만 퇴직하고 싶다고 종종 얘기한다. 작금의 세태가 아이들이나 학부형이나 학교의 정책이 교사로서 아이들을 소신껏 행복하게 가르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나 휴일이면 아이들을 집으로 불러들여 먹을거리를 만들고 나누며 같이 놀아주며 즐겁게 지내곤 했다. 그런 아내가 지금은 교사의 일을 힘들어하며 그 자리를 놓으려 한다.

 

   며칠 전 교육부 나향욱 정책기획관이 온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민중은 개, 돼지와 같다. , 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 그리고 신분제를 공고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그가 여기서 말하는 민중은 우리나라 국민의 99%를 말한다. 참으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막말이다. 교육부 정책기획관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누리과정, 대학구조개혁 같은 교육부의 굵직한 정책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주요 보직이라 한다. 대한민국의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부 정책담당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젊은 나이에 승승장구하여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은 우리나라 교육이 이미 제 갈 길을 잃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대하소설 작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조정래 작가가 무너진 공교육 현장에서 꿋꿋이 신념을 지켜가는 교사의 이야기를 다룬 신작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해 비판을 했다. “국민의 99%가 개· 돼지라면 개·돼지가 낸 세금으로 살아온 그는 개. 돼지에 기생하는 기생충이거나 진딧물 같은 존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사람들이 대한민국 교육을 책임지는 핵심 자리에 앉아 있으니 이미 그 여파가 일선 학교에도 미쳐 교육 현장이 예전 같지 않고 혼란스러워지고 교사들도 소신껏 학생들을 가르치기가 힘들어졌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누구나 굴곡이 있고 슬럼프를 겪게 마련이다. 그 일에 대한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지만 뒤집어 보면 그동안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늘 시간만 보내면서 지지부진하게 일한 사람에겐 슬럼프가 찾아오지 않는다. 아내는 아침마다 내가 건네는 인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언젠가 지금의 슬럼프를 극복하며 마음의 평안과 가르치는 일에 자부심을 얻기를 희망한다. 이럴 때일수록 가르치는 일이 천직이라는 마음으로 예전처럼 즐거워하며 큰 보람으로 느끼는 그 날이 오기를 희망하면서 오늘도 출근하는 아내에게 아침 인사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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