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세상읽기

개혁개방 외면한 김정은 후계체제

킹스텔라 2010. 9. 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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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3대 권력세습 체제를 이끌어갈 권력구도가 그제 44년 만에 치러진 3차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드러났다. 무엇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의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및 당 중앙위원회 위원 선임이 눈에 띈다. 당 중앙군사위원회는 북한 인민군대를 지휘하고 군사정책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위원장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재선임됐다. 이 기관에 부위원장 자리를 새로 만들어 김정은을 앉힌 것은 권력 승계의 핵심인 군대 장악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김정은이 당 비서국의 비서나 부장 등의 중요 직책을 맡지 않은 것은 예상과는 다르다. 그러나 부위원장을 맡은 중앙군사위에 주요 인사들을 대거 배치한 것은 당 중앙군사위를 후계체제 구축의 중심축으로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륜과 역량이 필요하고 책임이 수반되는 중요 직책은 피하면서 드러나지 않게 군 장악에 전념케 하려는 배려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경희 당 경공업부장이 당 정치국 위원으로 진출하는 등 김 위원장 혈족들이 당 인사개편에서 약진한 것은 예상했던 바다.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정치국 후보위원과 중앙군사위 위원을 맡는 것에 그친 것은 그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혈연과 혼인 등 각종 인연으로 얽힌 인사들을 요직에 앉혀 취약한 김정은 후계체제의 보호막으로 삼겠다는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노동당 개편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함께 자연스럽게 세대교체 효과를 가져온 측면도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8월 말 방중 당시 중국의 개혁ㆍ개방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을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대외협력 강화 등 경제분야의 정책과 노선 변화가 천명되지 않은 것은 실망스럽다. 오히려 당 대표자회에서 선군 정치를 강조하고 전일적 지도체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당 규약을 개정함으로써 더욱 고립적이고 폐쇄적인 노선을 밀고 나갈 조짐마저 보였다. 시대착오적인 3대 권력세습과 함께 외부세계와 동떨어진 폐쇄적 노선을 고집한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출처 : 한국일보-사설 (20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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