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이다.
빨래하고 난 물처럼 뿌옇고 탁하며 온갖 티끌이 둥둥 떠 있는 물에 어린 소녀 하나가 그 물로 얼굴을 닦고 있다. 주인공인 어린 소녀 ‘이제’는 티 없이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더 어린 동생들은 거의 벌거숭이로 온갖 더러운 비닐조각과 쓰레기가 산처럼 뒤섞인 공간에서 일상처럼 뒹굴며 놀고 있다. 어린아이들이나 그 부모는 습관적으로 몸을 긁고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 또 한 생명이 태어난다. 병원도 집 안도 아닌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 야적장 한쪽의 공간에서 그것도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어제 늦은 밤, 텔레비전에서 방영되는 독립 영화인 플라스틱 차이나를 시청했다. 중국과 대만의 독립 다큐멘터리스트가 만든 <플라스틱 차이나> (감독: 왕 지우 리앙 원제: 塑料王國, Plastic China)이다. 이 다큐 영화를 보면서 충격과 더불어 알 수 없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가슴을 울렸다.
이 영화는 ‘분리 수거된 쓰레기’의 종착역을 보여준다. 깡통, 종이, 비닐, 플라스틱류로 분리수거된 그 수많은 쓰레기는 과연 어디로 갈까. 막연하게 재처리공장에서 부활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중국 산둥성의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제대로 분리되지 않은 ‘쓰레기’를 고르는 한 가족의 일상이다.
이들은 온종일 쓰레기(폐자재) 더미를 뒤지고, 정리하고, 분리하고, 기계에 넣어 돌리고, 잘게 쓴다. 그리고 커다란 화덕에서 녹이더니 쓰레기 조각을 국수 면발 뽑듯이 정제된 플라스틱 알갱이를 만든다. 그걸 커다란 포대에 넣어 ‘원재료’로 판매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사용하고 버리는 쓰레기가 가내수공업으로 재활용되는 현장의 극빈층 생활은 처참하고 충격적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국이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다시 원재료로 재활용하여 또 다른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면 이는 엄청난 사회적 이익을 가져온다. 하지만 거대한 환경 위기를 수반하며 경제적으로는 사회적 모순을 일으킨다.
왕 지우 리앙 감독의 <플라스틱 차이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처리하는 사람들을 통해 세계의 소비문화를 바라본다. ‘소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폐기물은 사라지지 않고,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게 되는데 우리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이다.
세계 최대의 플라스틱 쓰레기 수입국인 중국은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매년 천만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입한다. ‘재활용’ 된 원재료들은 다시 제조 의류, 또는 장난감과 같이 새로운 것들로 다시 수출하게 된다.
‘<플라스틱 차이나>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맨손 노동자들에 의해 어떻게 재활용되고, 재활용되는 상품 역시 영원히 사라지지 않으며,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는 딜레마를 남긴다.
‘플라스틱’은 사람들의 욕망을 담아내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낼 수는 있지만 독한 폐기물에서 나오는 화학물질은 오염과 질병, 그리고 죽음에까지 이르게 한다. 이것 또한 중국의 모습임을 감독은 영화 속에 담아내고 있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 수입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추적하면 세계의 많은 지역의 삶을 상징한다.
‘플라스틱’은 항상 시간과 장소를 바꿔 존재하지만, 사라지게 하는 것은 어렵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함께 해야만 한다.‘ (KBS 홈에서)
최근 중국이 폐플라스틱을 비롯한 재활용 폐자재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 다큐의 영향으로...
그 여파로 아파트 단지마다 비닐 쓰레기가 쌓여가지만, 수거가 안 되어 큰 혼란이 일고 있다. 또한,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폐지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는 생활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쓰레기를 분리수거해서 버리면 된다는 생각으로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고 쉽게 버린다. 어떻게 하면 적게 사용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비닐이 땅에 묻혀 분해되는데 수백 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이 일 년 동안 사용하는 비닐봉지 사용량은 216억 개로 국민 일 인당 420개라 한다. 핀란드 4개, 아일랜드는 20개, 독일 70개에 비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너무 많은 비닐봉지를 사용한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비닐봉지나 플라스틱병의 사용량을 줄여야 할 때다. 최소한의 사업장에서만 비닐봉지를 사용하게끔, 플라스틱병도 재활용이 가능한 색상으로 만들도록 법의 규제가 필요할 때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습관적으로 생산해 내는 여러 종류의 쓰레기가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식과 후손들의 숨통을 조인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야 한다.
환경과학자들은 지구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많은 사람의 환경에 대한 생각에 경각심과 조바심을 다시한번 가지게 했으면 한다.
< 플라스틱 차이나>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
제14회 서울 환경영화제 국제환경영화경선_장편 대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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