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세상읽기

청목회 앞서 청와대 대포폰 진상부터 밝혀라

킹스텔라 2010. 11. 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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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청원경찰법 개정 로비 의혹을 수사한다며 여야 의원 11명의 후원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사건은 석연치 않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요 20개국 서울 정상회의를 앞둔 것은 물론 국회 본회의가 열리던 시점이라 더욱 그렇다.

  정국을 경색시키고, 국회를 마비상태에 빠뜨릴 수 있는 일임을 알았을 텐데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오직 수사편의상 자율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고는 선뜻 믿어지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것이 바로 청와대의 대포폰 문제에 다시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 인멸이라는 범죄행위를 위해 대포폰 개설이란 다른 범죄행위를 했으나 검찰은 이 문제를 감췄을 뿐 아니라 제대로 수사하지도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게다가 재판부에 제대로 자료를 제공했는지도 불확실하다. 이 때문에 검찰이 사실을 밝히는 수사기관인지 진실을 덮는 은폐 전문기관인지 혼란스러워졌다.

  그동안 검찰 수사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드러난 것만으로도 청와대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에 어떤 방식으로든 간여했고, 그 과정에서 여러 차례의 불법행위 혐의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만일 관련된 내용이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사실로 드러난다면, 정권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지고 청와대는 권위를 상실하면서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검찰은 정권에 대해 비난이 집중되는 것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대포폰 덮기 수사를 했고, 그런 시도조차 잘 먹히지 않자 이번에는 여러 가지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청목회 로비를 수사한다며 11명의 의원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세상의 시선을 끌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물론 이런 세간의 의심이 근거 없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더 이상 알아볼 것이 없다면서 대포폰 수사를 다시 하지 않겠다고 고집 피우는 한 청목회 수사는 그 출발에서부터 공정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하나의 사건은 덮고, 다른 사건은 파헤치겠다는 그 이중성, 편파성, 자의성으로 인해 검찰은 앞으로 어떤 일을 벌여도 박수를 받기 어렵다. 검찰이 자신의 조직에 얽힌 비리와 실수, 이명박 정권의 불법과 비리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접근한다고 시민들이 믿어주지 않는 한 ‘남의 비리’ 추적은 분열과 갈등만 불러올 뿐이다. 정치 검찰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청목회 수사도 정치문제가 아닌, 순수한 비리 추적으로 이해될 것이다. 검찰은 대포폰 수사라는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기 바란다.

 

 

출처 : 경향신문-사설 (2010.11.8. 화)

 

  

 

검찰, 정치에 개입하려 하나

  정치는 다양한 사회 집단의 지지를 조직하고 상호 충돌하는 다양한 집단의 이익을 절충해 제한된 자원을 어디에 배분할지 결정하는 기능을 한다. 말하자면 정치는 자원 배분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가장 권위있고 강제력 있는 정책 결정 메커니즘인 것이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입법 활동이다. 만일 그런 기능을 수행하는 국회의원, 정당, 국회와 같은 제도들이 없다면 이 사회는 서로의 발목을 잡는 소모적인 대립과 혼란에 빠질 것이며, 민주주의 역시 작동하지 못하고 정글사회로 변할 것이다.

  그런데 전국청원경찰친목협의회(청목회)의 국회 로비 불법성 여부를 수사하는 최근 검찰의 활동을 지켜보노라면, 이와 같이 하나의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정치의 기능을 위축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 국회는 여야 합의로 청원경찰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내용의 청원경찰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그것은 국회의 정당하고도 고유한 역할이다. 모든 입법과정이 그렇듯 청목회라는 이익단체 역시 의원과 정당을 상대로 법개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여야 의원들은 그런 의사를 반영해 개정 필요성에 동의를 했다. 이 과정에서 청목회 회원들은 자기들의 뜻을 대변해준 의원들에게 10만원짜리 소액 후원금을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치후원금이란 무엇인가. 시민들이 자기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동하거나 그럴 것으로 믿는 의원을 위해 제공하는 정치자금이다. 그것은 시민들의 정치참여를 높이고,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요소이다. 청목회 회원들은 의원들의 공식 후원회 계좌를 통해 10만원씩 후원했다고 한다. 합법적 절차를 밟은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청목회의 의도를 문제삼고 있다. 법개정을 위해 집단적으로 결의하고 후원했다는 것이다. 물론 청목회 회원들이 후원금 계좌를 통하지 않고 다른 경로로 돈을 제공했다면, 이는 명백한 잘못으로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문제는 적법한 후원금인데도 불구하고 특정 의도의 개입 여부로 재단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만일 적법한 후원금도 사법처리 대상으로 간주한다면 정치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 시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지지를 조직하는 활동 자체가 어렵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개정의 의도와 배경이 무엇이며, 그 내용이 정당한지는 정치적으로 평가받을 사안이다. 검찰이 나서서 옳고 그름을 판정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검찰은 정치행위를 재단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 검찰은 정치에 개입하려는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검찰의 눈치를 보며, 검찰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정치를 한다고 상상해 보라. 그것을 어떻게 온전한 의미의 정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이번의 경우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중이었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없었다. 과잉수사이자 검찰권의 남용이며, 3권분립 원칙에 대한 위협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런 무리한 검찰의 태도로 인해 최근 민간인 불법 사찰 덮기 의혹, 떡값·성상납·스폰서 등의 비리, 정치 검찰 논란 등 나쁜 평판을 은폐하고 관심을 돌리려는 목적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 검찰은 알아야 한다. 검찰은 정치 위에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 정치와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있을 때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존재이다.
 
출처 :  경향신문-사설 (2010.11.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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