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세상읽기

이명박 정권은 국민이 두렵지도 않은가

킹스텔라 2010. 12. 9.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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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이 올해에도 새해 예산안과 쟁점법안을 날치기 처리함으로써 ‘난장판 국회’가 재현됐다.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내리 3년째 계속된 모습이다. 올해의 경우는 그중에도 최악이다. 몸싸움, 난투극은 새로울 게 없지만, 예산안과 법안 상정 과정에 큰 문제가 있다. 예결위와 상임위의 심의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일방적으로 예산안과 법안 심사기일을 지정한 뒤 직권상정함으로써 날치기 통과의 길을 터주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예결위 계수조정소위가 진행 중인데도 단독으로 자체 수정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또 4대강 사업의 핵심법안인 ‘친수구역 활용 특별법’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파병동의안, 한국토지주택공사법, 서울대 법인화법 등 상임위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안된 안건들도 무더기로 상정, 처리됐다. 아무리 날치기라지만 이렇게 정상적 심의 절차도 생략한 채 예산안과 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예산안과 법안 심의라는 국회의 고유 권능마저 침해한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는 국회의 고질적 관행은 여야 막론하고 비판받을 만하나, 시한을 넘겼다고 예산 집행에 큰 문제가 생긴 적은 없다. 더욱이 국회의 예산안 심의는 국민의 혈세를 어떻게 쓰는 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인지를 심도있게 검토하는 과정이다. 대통령이 독촉한 4대강 사업 예산만 해도 그 때문에 꼭 필요한 민생 관련 예산에 차질이 생긴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여야의 입장 차이가 크다 해도 모든 예산항목의 우선순위와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국회의 책무다. 법안 심사도 마찬가지다. 회기 내 처리를 이유로 논의도 제대로 안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통법부’이지 ‘입법부’가 아니다. 충분한 토론과 심의를 거치지 않은 부실 법안의 통과가 어떤 폐해와 후유증을 불렀는지는 의원들 스스로가 더 잘 알 것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최선 아니면 차선이라도 모색하겠다는 자세가 국민에 대한 도리다. 어차피 합의 안될 바에는 속전속결이 능사라는 생각으로 밀어붙였다면 이게 어디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할 일인가.

   명색이 집권당인 한나라당도 이를 모를 리 없을 텐데 이런 무리수를 일삼은 이유는 뻔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번 국회 회기(9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해달라고 수차 당부했기 때문이다. 국회를 거수기로 생각하는 청와대, 대통령만 바라보며 돌격대를 자임한 한나라당, 국회의 권능과 책임을 스스로 포기한 국회의장은 의회민주주의를 유린하고 3권분립 원칙을 훼손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북한의 연평도 도발에 따른 안보위기, 한·미 FTA 굴욕 협상, 불법사찰 파문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지도력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는 터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국민이 두렵지도 않은가.

 

출처 :  경향신문-사설 (201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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