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순 동시집 「바보같은 암소」 90페이지 <착한 언니>
<착한 언니>
오리 길 초등학교 가는 길은
너무도 미끄러웠습니다.
사흘 전 내린 눈은
이제는 유리알처럼 매끄러운
얼음판이 되었지요.
약하디약해 잘 다치는 나로서는
넘어질까 무서워 잘 걸을 수가 없었지요.
중간쯤 갔을 무렵 얼음판에 발길을 멈추고
네 살 위인 언니에게 울먹이며 칭얼댑니다.
언니는 가던 길을 머추고 다시 되돌아와
나를 이십 미터쯤 업어다 놓고 다시 또 돌아와
내 친구 명자를 업어다 나 있는 곳에 갖다 놓고
이런 일을 되풀이하며 학교를 갔습니다.
약하디약한 동생에
튼튼하고 착하디착한 우리 언니!
이월순 (시인, 수필가, 1937. 11. - 2021.7.)
- 1937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
- 2000년, 세기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00년, 동서문학 시부문 맥심상 수상
- 2001년,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12년, 장폴 샤를 에이마르 사르트르 동시집 부문 우수상
- 2013년,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 본상 수상
- 2014년, 대한기독문학상 수상
<저서>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삶과 꿈)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아동문예)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수필과 비평사)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 수필과 비평사)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대한출판)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인간과 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