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어머니의 시

부엌 구멍

킹스텔라 2025. 2. 2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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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순 동시집 「바보같은 암소」 108페이지 <부엌 구멍>

 
<부엌 구멍>
 
아랫목 두터운 토담벽
가운데 구멍 하나 뚫어 놓고
맑은 유리 구해다 밖으로 대고
할머니는 닥나무 종이로
가장자리 풀 발라 붙여 놓고
 
그 구멍 지름은 20센티 안팎
나는 아침마다 무릎 세워
그 구멍 지켜봤지요.
 
요지경 속의 요리사는 우리 엄마
가지나물, 호박잎, 된장찌개, 보리밥,
달걀 같은 감자 한 대접, 짐이 모락모락
 
석양에 해 떨어지면
부엌 구멍에 불 밝혀 놓고
요지경 속 우리 엄마
아무리 보려 해도 보이질 않네.
 

* 옛날에는 집집마다 방과 부엌 사이에 부엌 구멍이 있었다.
농촌 저녁 식사는 항상 늦기 때문에 부엌이 어둡다.
그래서 바람이 불어도 안전한 안방 아랫목 벽에다 구멍을 뚫어 호롱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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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순 (시인, 수필가, 1937. 11. - 2021.7.)

- 1937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
- 2000년, 세기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00년, 동서문학 시부문 맥심상 수상
- 2001년,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12년, 장폴 샤를 에이마르 사르트르 동시집 부문 우수상
- 2013년,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 본상 수상
- 2014년, 대한기독문학상 수상
<저서>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삶과 꿈)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아동문예)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수필과 비평사)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 수필과 비평사)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대한출판)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인간과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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