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순 동시집 「바보같은 암소」 20페이지 <장독대>
따뜻한 봄날
장독대 위에 올라 앉아
호-! 호-! 불며 지절대는 저 아이들
무슨 놀이 하길래
얼굴은 새빨갛고
이마엔 구슬방울 송골송골
비바람에 허물어가는 흙담 밑에
가장 먼저 비집고 나온 빠알간 죽순 잎
아이들 손에 꺾이어 수난을 당한다.
봄볕에 맛 들어라 열어 놓은 고추장 독에
네가 한 번 꾸-욱 찍고
내가 한 번 꾸-욱 찍고
네가 먼저 먹어 봐
내가 먼저 먹어 봐?
우리 똑같이 먹어 보자
하나, 둘, 셋
아휴-! 매워, 호- 호-
우리
물마시고 다시 먹어 보자
그런데 어쩌지?
너희 아빠 곁에 가면
냄새난다고 날벼락 날 텐데.
이월순 (시인, 수필가, 1937. 11. - 2021.7.)
- 1937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
- 2000년, 세기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00년, 동서문학 시부문 맥심상 수상
- 2001년,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 2012년, 장폴 샤를 에이마르 사르트르 동시집 부문 우수상
- 2013년,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 본상 수상
- 2014년, 대한기독문학상 수상
<저서>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삶과 꿈)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아동문예)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수필과 비평사)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 수필과 비평사)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대한출판)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인간과 문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