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무너지는 서민살이… 사회 전반 양극화 극에 달해
ㆍ빚은 빚을 낳고, 맞벌이 해도 언제나 ‘빈손’
ㆍ“제철과일 그림의 떡, 이자 내고 나면 빈지갑”
ㆍ‘고성장 과실’ 남 얘기… 소득불균형 더 악화
29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주택가의 한 과일가게. 딸기, 참외 등이 수북이 쌓여 있지만 손님이 뜸하다. 주인 오모씨(49)는 “예년 같으면 손님들이 한번에 두세 가지 과일을 사갈 시기지만 요즘은 ‘비싸서 과일 못먹겠다’는 말만 하고 돌아선다”면서 “매출이 작년보다 30~40%는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먹는 양을 줄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와 전셋값 폭등, 가계부채 폭탄, 실질소득 감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고성장의 과실은 찾아볼 수 없고 서민 체감경기는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40)는 전세대란 직격탄을 맞았다. 1억5000만원에 세들어 살던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말 2억8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퇴직금이라도 받을 생각에 한 달간 사표를 품고 다녔다. 결국 친척에게 5000만원을 빌리고, 펀드를 깨 1500만원을 마련했다. 아내의 직장을 통해 4000만원, 은행에서 2500만원을 대출받아 겨우 오른 전셋값을 맞출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원리금 일부상환과 이자비용으로 매달 90만원을 은행에 내고 있다.
생활고에 따른 범죄, 자살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화곡동에서는 가족과 떨어져 고시원 쪽방에서 혼자 살던 50대 주유소 직원이 생활고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남 통영에서도 어려운 형편 때문에 고민하던 30대 남자가 세상을 등졌다. 먹을 것, 입을 것을 훔치는 생계형 범죄도 늘어나고 있지만 더 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를 보살펴주는 지역아동센터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동센터 교사는 “물가는 올랐는데 운영비는 늘지 않았다. 급식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이들 밥상에서 고기반찬은 찾아볼 수 없고 간식도 끊겼다. 인천의 한 아동센터 교사는 “12인승 승합차로 아이들의 밤 귀가를 돕는 데 한 달 40만원 들던 기름값이 60만원으로 늘어나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2%라는 높은 성장률 속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대기업과 부자가 성장의 과실을 차지하고, 서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미미해 소득 불균형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층이 가계 빚을 줄이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실질소득은 낮아져 빚만 불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대기업의 비정규직과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딴 나라 얘기로 들린다. 기업들이 일자리 만들기와 재투자는 제쳐두고 계열사 확장이나 대주주의 이익배당 등에만 매달린 탓이다. 민주노총 소속 제조업체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올해 임금이 시간당 4320원인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데 입에 겨우 풀칠만 하라는 얘기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언제나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승호 연구위원은 “정부의 대기업 우선 정책으로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면서 “서민가계의 붕괴는 내수소비 기반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활기를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사회통합이 훼손돼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 만큼 정부가 하루빨리 서민층을 살릴 수 있는 복지·경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ㆍ“제철과일 그림의 떡, 이자 내고 나면 빈지갑”
ㆍ‘고성장 과실’ 남 얘기… 소득불균형 더 악화
29일 경기 고양시 대화동 주택가의 한 과일가게. 딸기, 참외 등이 수북이 쌓여 있지만 손님이 뜸하다. 주인 오모씨(49)는 “예년 같으면 손님들이 한번에 두세 가지 과일을 사갈 시기지만 요즘은 ‘비싸서 과일 못먹겠다’는 말만 하고 돌아선다”면서 “매출이 작년보다 30~40%는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예 먹는 양을 줄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고물가와 전셋값 폭등, 가계부채 폭탄, 실질소득 감소…. 지난해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섰지만 고성장의 과실은 찾아볼 수 없고 서민 체감경기는 어느 때보다 싸늘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 사는 직장인 박모씨(40)는 전세대란 직격탄을 맞았다. 1억5000만원에 세들어 살던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해 말 2억8000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퇴직금이라도 받을 생각에 한 달간 사표를 품고 다녔다. 결국 친척에게 5000만원을 빌리고, 펀드를 깨 1500만원을 마련했다. 아내의 직장을 통해 4000만원, 은행에서 2500만원을 대출받아 겨우 오른 전셋값을 맞출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원리금 일부상환과 이자비용으로 매달 90만원을 은행에 내고 있다.
저소득층 자녀를 보살펴주는 지역아동센터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동센터 교사는 “물가는 올랐는데 운영비는 늘지 않았다. 급식의 질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아이들 밥상에서 고기반찬은 찾아볼 수 없고 간식도 끊겼다. 인천의 한 아동센터 교사는 “12인승 승합차로 아이들의 밤 귀가를 돕는 데 한 달 40만원 들던 기름값이 60만원으로 늘어나 난감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6.2%라는 높은 성장률 속에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대기업과 부자가 성장의 과실을 차지하고, 서민에게 돌아가는 몫이 미미해 소득 불균형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서민층이 가계 빚을 줄이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하는데, 실질소득은 낮아져 빚만 불어나는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는 사상 최대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수출대기업의 비정규직과 하청기업 근로자들은 딴 나라 얘기로 들린다. 기업들이 일자리 만들기와 재투자는 제쳐두고 계열사 확장이나 대주주의 이익배당 등에만 매달린 탓이다. 민주노총 소속 제조업체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올해 임금이 시간당 4320원인 최저임금에 맞춰져 있는데 입에 겨우 풀칠만 하라는 얘기다.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언제나 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승호 연구위원은 “정부의 대기업 우선 정책으로 사회 전반의 양극화가 극에 달했다”면서 “서민가계의 붕괴는 내수소비 기반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경제 전체의 활기를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같은 상황이 이어지면 사회통합이 훼손돼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되는 만큼 정부가 하루빨리 서민층을 살릴 수 있는 복지·경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 기자>
출처 : 경향신문 (2011.4.30.토)
728x90
'행복한 세상 > 세상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 100만원도 못버는 자영업자 300만(자영업자의 57%)… 복지시스템 최대 불안요인 (0) | 2011.08.17 |
---|---|
(신간 소개) 구름 사이로 다니는 목사 (0) | 2011.05.10 |
IQ 210 ‘잊혀진 천재’ 김웅용 영재들의 자살을 접하다 (0) | 2011.04.14 |
[분노하는 대한민국]왜, 눈빛이 변했나…홧김에 우발범죄 급증 (0) | 2011.04.08 |
[이 사람]김수영 “꿈이 뭔지 모르겠다고요? 제가 보여드릴게요” (0) | 2011.03.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