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어머니의 시

이월순 시인의 여든네 번째 봄

킹스텔라 2020. 7. 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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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순 시집 '여든네 번째 봄' 인간과문화사, 96쪽 10,000원

 

일곱번 째 책을 내면서 84세의 이월순 시인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60세에 늦깎이로 시작한 나의 시 세계가 벌써 24년이 흘렀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 마음들을 여러 말로 표현하지만 나는 관심 밖으로 지나쳐버렸다. 그런데 내가 여든네 번째 봄을 맞이하니 이제는 정말 그들의 표현이 내 안으로 들어와 실감을 일으킨다. 늦깎이 시인이 되어 출간 때마다 마지막이 될 것 같은 긴장감이 지금도 변함없는 사실이지만, 그래도 일곱 번째 시집을 출간하게 되니 그 긴장감을 조금 비켜놔야 하지 않을까!

   유심히 약하게 태어나 많이도 다치면서 자라났고 어른이 되어서도 그랬다. 1999년도에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장애인 판정을 받고 그 많은 문학기행을 다 포기하며 거의 방콕으로 살아간다. ‘찌그리 밤송이 3년 간다.’라는 말은 나를 두고 생겨난 말 같다. 60세가 되기까지는 육체도 연약하지만, 마음고생도 많아 우울한 삶이 나를 많이 괴롭혔다.

   하나님은 보다못해 나에게 시를 쓰라고 하셨다. 60세에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우울한 그림자가 사라지고 매일 매일의 삶이 기쁨과 감사가 넘쳐나는 행복한 삶이 되었다. 행복은 나의 노력으로 되는 것이 아닌 오직 하나님의 선물이었다.>

 

   올해 84세인 월순 시인은 24년 동안 2,000여 편의 시와 수필을 쓰며 인터넷 문학동아리와 다수의 문학회에 가입하여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84세에 일곱 번째로 낸 시집 여든네 번째 봄은 총 563편으로 엮여 있다.

 

   1부는 우리 시대의 노년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부는 노년이 바라보는 유년시절, 젊은 시절이 담겨있는데, 그리움 속에서 때론 설움이 섞여 있다. 3부는 오래 시를 써온 시인의 시론을 담은 시들과 시를 통해 위로받고 시에게 감사하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4부와 5부는 노년의 일상과 함께 그 우울함을 신앙으로 달래보고 성찰하는 시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적으로 우리 시대 노년의 일상이 마치 우리가 그 안에 들어가 경험하듯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데, 다음의 시가 대표적이다. ‘목청 큰 노인 당당하게 이겼다고 / 민들레 꽃대처럼 꼿꼿이 으스대고 / 목청 작은 노인 할미꽃 꽃대처럼 / 목 고개 푹 꼬부라져 울고 간다’(<노인정 진풍경> 전문). 또한 많은 시편에서 노년의 힘겨움이 고스란히 시에 담겨 있는데, 서울서 하는 문학모임을 위해 새벽서부터 청주에서 출발한 시인이 마침내 모임장소에 도착했지만 모임이 그 다음 주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착각>이라는 시와, 가스 불 위에 올려놓은 찌개를 깜빡하는 새 태워먹고 쓴 시 <닮아 가는 내 모습>은 그 대표적 시이다.

 

   그러나 이 시집이 빛나는 지점은 다른 데에 있다. 육체적 정신적 힘겨움에도 불구하고 80대의 노시인은 여전히 삶을 즐기고, 시도하고, 느끼고, 다시 반추하고, 여전히 희망을 노래한다. 노인정에서 장구 치는 강사에 맞춰 노인들이 다 같이 들썩 들썩 춤을 추거나(<장구치는 강사>), 여든 네 살의 봄에 느끼는 기쁨과 감사를 드러낸 마지막 시(<여든네 번째 봄>)에서 보듯이, 시인은 여전히 삶의 한가운데에서 그것을 온몸으로 향유하고 있다. 시인 스스로 이 시집이 마지막 시집이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 노시인은 여전히 그리고 계속 시혼을 불태울 준비가 되어 있나 보다. ‘무의미한 하루가 / 어느새 석양에 머물 때면 / 지루했던 시간들은 순간일 뿐 // 지금 여유로운 행복의 시간이 / 인생의 황혼 / 황혼의 인생인 것을 / 감사 감사 오늘도 감사’(<감사> 전문).

 

  이월순(84) 시인은 1937년 충북 보은에서 출생하였다.

60세 되던 해에 동네 우체국에서 처음으로 시와 수필을 쓰기 시작하였고, 이후 24년간 꾸준히 시집, 동시집, 수필집을 펴냈다. <세기문학> 수필부문 신인문학상, <동서문학> 시부문 맥심상, 월간<문학세계> 아동문학 동시부문 신인문학상, 대한기독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 <풀부채 향기>, <내 손톱에 봉숭아 물>,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여든네 번째 봄>, 동시집 <바보같은 암소>,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신앙시집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를 펴냈다. 이번에 일곱 번째 저서인 시여든네 번째 봄을 펴냈다.

지금은 충북 청주에서 집필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여든네 번째 봄>

 

수많은 봄을 보내고 기다린 세월

풋보리밭 사이로 종달새 날아오르는

그런 봄만은 아니었어

꿈도 없는 슬픈 봄도 있었지

 

연악한 몸과 마음 출간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 되겠지 했건만

먼 추억 바라보며 소리 없이 지나간

삶의 흔적 일곱 번째 시집

 

진짜 마지막이 될 일곱 숫자

내가 평생 바라고 희망하는

새 하늘과 새 땅이 가까이 왔다

기쁨과 감사만이 넘쳐나는

여든네 번째 봄이다

 

 

<목차>

 

1

희망의 잉태

산책길

나는 알았네

노인정 진풍경

백세시대

착각

장구 치는 강사

닮아 가는 내 모습

마지막 발악

겨울

여행

달팽이 인생

 

2

엄마 사랑

봄동산

황도

디딜방아

딸의 설움

이름

옹알이

누구를 보려고

사진 한 장

네가 옥수수라고

할망바위

소풍

 

3

까치 집

등나무 넝쿨

노란 햇살

무심한 우리

누룽지

찢어진 청바지

연세우유

노인정

미세먼지

농다리

그리움만

오복 중 하나

 

4

홀로 여행

행복한 남자

벙어리 꽃

꿈이 즐거운 이유

유머

희한한 겨울

운동기구

아쉬움

이런 결론

갈등

꿈 희망 정지

순종

 

5

하루 일과

감사

꽃망울

살짝 감춰 둔 무지개

아쉬운 작별

아삭이고추

지체장애

예쁜 물고기

낙엽 같은 삶

그리움 한 자락

여든네 번째 봄

 

 

 

이월순 (시인,수필가)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삶과 꿈)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아동문예)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수필과 비평사)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 수필과 비평사)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충청일보

 www.ccdaily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077205

 

노년을 맞아 새롭게 느끼는 일상 그려 - 충청일보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지역의 이월순 시인이 최근 일곱 번째 시집 '여든네 번째 봄'을 펴냈다.노년을 맞아 새롭게 느끼는 일상을 그린 작품 63편이 5부로 나뉘어 실려있다.1부는 우리 시대 노년��

www.ccdailynews.com

중부매일신문

www.jb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8867

 

이월순 시인 일곱 번째 시집 '여든네 번째 봄' 출간

[중부매일 이지효 기자] '여든네 번째 봄'. 제목만 봐도 '84'라는 의미가 깊게 담겨져 있을 법한 제목이다. 84세를 맞은 이월순 시인이 일곱번...

www.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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