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바람 따라서

차마고도를 가다

킹스텔라 2010. 9. 12.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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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남성 차마고도를 가다

 

사계절 눈이 녹지 않는 옥룡설산

  오늘은 2008년 2월 3일 주일이다. 날씨는 겨울이라 영하 7-8도의 추운 날씨였지만 어느 때 보다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주일이다. 오늘 밤 늦게 중국 운남성(雲南省,윈난성)으로 온 가족이 처음으로 일주일 동안 여행을 하는 날 이기 때문이다. 나는 금번이 네 번째의 중국여행이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나의 가족4명과 부모님 두 분, 첫째 남동생가족 4명, 그리고 막내 남동생가족 3명, 곤명(昆明 쿤밍)에 거주하는 여동생 이미옥 선교사 등 총14명이 함께하기 때문이다. 오후 예배를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 서울에 있는 동생들에게 전화를 하니 모두들 출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두 달 전인 12월에 구정명절 기간 일주일을 여행기간으로 잡아 모두들 휴가를 내어 이선교사가 있는 곤명에서 명절을 보내기로 시간을 조율했던 터라 어렵지 않게 공항에서 동생들과 조카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밤 9시50분 비행기인지라 아직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누구나 여행은 마음을 설레이게 하고 기대에 부풀게 하는 터라 온 가족이 공항에서 시끄러운지도 모르고 그동안 지낸 이야기와 정담을 나누며 비행기 이륙시간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시간이 되어 중국 국적의 동방항공 비행기를 타고 중국 운남성 곤명으로 향했다. 이륙한 비행기는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이 더 걸린 다섯 시간을 비행한 후 이른 새벽인 3시경에 곤명공항에 도착했다.

 

윈난성 곤명(쿤밍)의 석림에서...

   운남성은 중국의 남쪽에 있는 성으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북서쪽으로는 티베트자치지구와 경계를 이루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표 민족인 한족 외에 중국 소수민족의 3분의 1이 넘는 20여의 소수민족이 살고 있으며 수도는 곤명(쿤밍)이다. 연중 기온이 섭씨 8도에서 20도사이의 온화한 기후여서 연중 꽃이 피어 봄의 도시라고도 부른다. 습도는40%로 건조하며 운남성의 총면적은 우리 남한보다 4.5배정도 크고 인구는 약 4,500만 명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관광지로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석림(石林)과 시송반나, 대리국 왕국의 유적이 남아있으며 대리석의 원산지인 대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리지앙(麗江여강)이 있으며 그 유명한 보이차(푸얼차)의 고장이며 차마고도(茶馬古道)가 펼쳐져 있는 지역으로 해발고도가 상당히 높은 지역이다. 우리가 도착한 곤명시내만 해도 해발고도가 한라산 꼭대기 높인 1,900미터정도 되는 곳이다.

  

 

  우리 일행은 도착하자마자 이미옥 선교사가 예약한 운남대학교 근처에 있는 운대호텔에 여정을 풀고 아침 일찍 일어나기로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왜냐하면 내일 첫날 일정은 이곳에서 보내는 것이 아니고 비행기로 한시간정도 거리인 리지앙(여강)으로 여행 일정이 잡혀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이곳 호텔은 우리나라처럼 난방이 되지를 않는다. 왜냐하면 겨울이 없고 온돌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습도는 낮고 난방이 되지 않아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 쓰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으스스 춥기만 했다. 그렇게 몇 시간 눈도 못 붙이고 호텔에서의 기상콜에 7시에 일어난 우리 일행은 로비에서 이미옥 선교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인 사랑스런 막내아들 선민이를 이미 두 달 전, 학교에 체험학습 신청서를 내고 이곳에 보냈었고 오늘 두 달 만에 아들을 보게 되어 또한 기대가 되었다. 이 녀석이 워낙 식성이 좋아서 이곳 중국에서도 음식을 가리지 않고 잘 먹고 있다고 들었던 터라 살이 더 오르지 않았나 하고 말이다.

 

  리지앙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풍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높은 산들이 구름 아래에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겨울이 없고 눈이 없는 곳이지만 멀리에는 만년설산(萬年雪山)이 햇볕에 반짝이고 있는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비행기가 하강하며 계곡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더니 드디어 해발고도 2,500미터인 리지앙 공항에 10시경에 도착했다. 리지앙은 티베트와 접경을 이루는 곳으로 모계사회인 나시족(納西族)이 주를 이루며 살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백 년 된 고성과 버드나무 사이를 흐르는 아름다운 수로, 일 년 내내 눈이 녹지 않는 만년설산인 옥룡설산이 있는 곳이다. 리지앙은 중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로 계림(桂林)과 함께 1위에 오른 지역으로 최근 KBS에서 방영되어 각광받는 차마고도(茶馬古道)의 옛길에 자리 잡고 있어 리지앙은 운남성 최고의 여행지로 손꼽힌다.

 

리지앙 공항에서

  리지앙에 도착하자 이미옥 선교사가 미리 예약한 소형버스가 공항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 탄 우리들은 세계문화유산인 리지앙 고성(古城)으로 향했다. 이곳은 오늘 저녁 우리가 사용할 숙소(우리의 민박집)가 있는 곳으로 수백 년 된 목조건물로 된 마을에는 집집마다 문 앞으로 푸른 물이 흘러 이 고성 길을 걷노라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느낌이 든다. 리지앙 고성은 800년 전에 만들어진 계획된 고성으로 강물이 마을 전체 앞 집집마다 흘러들게 수로를 만들고 그 수로의 물을 먹는 시간, 밥하는 시간, 빨래하는 시간으로 나누어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는 곤명에서 올 때 일찍 나오느라 아침을 못 먹었기에 아침 겸 점심으로 이곳에서 유명한 미셴(쌀국수로 떡국을 먹을 때 넣는 것과 같은 것으로 독특한 향이 나는 매운 양념장을 넣어 먹음)을 한 그릇씩 아주 맛있게 먹고 고성을 지나 만년설산인 옥룡설산으로 향했다. 옥룡설산(玉龍雪山)은 중국 서부의 가장 남단에 위치한 고산으로 해발 5,596미터의 13개의 봉우리가 있는 만년설산으로 산에 쌓인 눈이 마치 한 마리의 은 빛 용이 누워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하여 옥룡설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옥룡설산은 서유기에서 손오공이 갇혀 벌을 받았다는 산으로도 전해진다.

  

뒤에 있는 눈 덮힌 산이 옥룡설산

  옥룡설산 입구에서 우리일행은 입장료 문제로 한참동안 차를 세워놓고 옥신각신했다. 중국에서는 어디를 가나 입장료가 있고 상당한 량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하며 상식을 벗어나 막무가내로 돈을 요구하며 호객행위를 하는 식당이나 여관도 있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공산국가에서 개방되면서 돈맛을 알아 나타나는 좋지 못한 현상인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이번 여행에서 이러한 문제로 기분들이 많이 상하기도 했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더한 것 같다.

 

옥룡설산으로 가는 노상에서 설산을 배경으로 가족사진을 찍었다.

  산으로 향하는 버스에서 본 풍경은 넓게 펼쳐진 평원에 푸른 풀밭과 나무, 그리고 들에 거니는 염소와 야크 같은 동물들과 이름 모를 꽃들이 피어 봄의 풍경을 맛볼 수 있었고 멀리 보이는 거대한 하얀 설산은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고도 3,500미터이상 비포장 길을 버스로 올라가자 길은 구불구불 험하고 천길 낭떨어지 절벽이 발아래 보이는데 좀 무섭기도 했다. 40여분을 차로 올라 설산 밑에 도착하여 이곳에서 다시 리프트를 타고 설산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고도가 높아지자 바람이 세어지며 리프트가 흔들리자 정말 무서웠다. 리프트에서 내려 다시 설산을 향해 걸어올라 설산 8부 능선 밑에까지 도달했는데 해발고도가 무려 4,500미터였다. 이곳에서는 고산 증세가 나타나 머리가 무겁고 속도 메스껍고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하여 증세가 심한 가족들은 산 아래에서 준비한 휴대용 산소통을 연일 코에다 불어넣어야만했고 어머니를 비롯한 일부는 아예 올라오지를 못하고 버스가 다다른 종착지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하얗게 눈을 뒤집어쓴 설산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늘이 바로 머리위에 있고 햇볕은 무척 따가웠으며 눈 덥힌 거대한 설산은 코앞에서 햇볕에 반사되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눈이 부셨고 정상부근은 구름인지 눈발인지 알 수없는 운무가 신비감을 더해주고 있었다. 이렇게 높은 곳에 올라온 것은 평생 처음이며 앞으로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옥룡설산(玉龍雪山)을 잘 구경하고 우리는 저녁이 되어 미리 예약했던 리지앙 고성의 여관에 짐을 풀었다. 리지앙 고성은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지만 그보다 우선 고성안의 사람 사는 집과 거리가 인상적이다. 다른 관광지의 고성은 옛 자취만 남은 관광유적일 뿐이지만 리지앙의 고성은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살아 있는 관광명소다. 옥룡설산의 눈이 녹은 깨끗하기 그지없는 강물이 고성 안의 이곳저곳을 집집마다 수로를 따라 운치 있게 흐르고 고풍스러운 집들은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모양으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뤄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푸근함과 낭만을 안겨준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이곳에 와서 몇 달이고 눌러앉아 세월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고성의 야경을 구경하며 나시족 전통복장을 입은 여인과 가족사진도 찍고 쇼핑도하며 둘째 날 밤을 보냈다. 역시 이곳도 난방은 되지를 않고 침대위에 전기장판이 깔려 있어 그나마 냉기는 면하는 잠을 잘 수 있었다.

 

고성인 리지앙에서.

  셋째 날 우리는 여관을 나오면서 또 한 번 소란이 벌어졌다. 여관 주인이 사전에 분명하게 알려 주지 않았던 추가 요금을 요구하는 바람에 말다툼이 있었고 급기야 주인이 현관문을 잠가버리고 못 나가게 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또한 우리일행의 아침 식사를 사전에 찜했다는 식당주인이 들이닥쳐 자기네 식당으로 반 강제적으로 끌고 가려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물론 가지 않았지만... 참말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으며 중국 사람들의 이미지가 완전히 구겨지는 사건이었다.

 

  오늘 일정은 리지앙 고성에서 출발하여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호도협(虎跳峽)을 구경하러 가기로 했다. 지리적으로는 5,596미터의 옥룡설산과 5,396미터의 하바설산 사이의 계곡으로, 다시 설명하면 옥룡설산 뒤편이 되며 히말라야 산맥과 연결되는 산자락이며 까마득한 협곡사이로는 금사강(金沙江)이 흐르고 양쯔강과 이어진다고 한다. 계곡바닥이 해발 2,000미터 정도이니 3,500미터 깊이의 계곡이 파져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골짜기 언덕은 험준하고 가파라서 성대한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물의 낙차가 워낙 커서 물살이 용솟음치면서 솟아오르면 몇 리 밖에서도 그 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장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물의 양이 엄청나며 마치 댐에서 떨어지는 물줄기 같은 느낌을 받는다.

 

  옛날에 마방들이 말이나 야크에 차와 치즈를 가지고 물물교환을 하러 다니던 차마고도 길이 연결되어 있으며 세계 3대협곡으로 불린다고 한다. 여름 우기 때는 물이 호랑이처럼 요동친다고 하여 호도협 이라고 했다는 전설도 있고 호랑이가 뛰어도 건널 수 있을 만큼 가파르고 좁은 협곡이라 하여 붙여졌다고도 한다.

 

호도협 전경

  호도협으로 가는 버스는 금사강 계곡을 따라 계속 달려가고 있었다. 호도협에 도착하자 이곳에도 매표소가 있고 입장료를 받았다. 나는 작년에 다친 발이 아직도 불편하여 이곳에서는 어머니와 함께 인력거를(막내도 타고 싶다고 졸랐지만 땀 좀 흘려 살 빼라고 과감히 물리쳤음) 타고 계곡 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발밑에 흐르는 금사강을 바라보며 잠시나마 편한 여행을 하였다. 계곡은 참으로 깊고 높았으며 까마득한 낭떨어지 밑에는 푸른 강물이 흐르고 계곡 허리에는 차마고도의 옛길이 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호도협으로 가는 길에서

  바위를 뚫고 절벽을 가르고 과거 마방들이 보이차를 싣고 티베트로 지났다는 차마고도의 옛길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전 KBS에서 방영한 차마고도가 떠오르며 그 옛날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저 길 위에 있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다.

 

호도협을 구경하고 다음으로는 리지앙에 있는 습지공원에서 배도타고 말도타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저녁비행기로 다시 곤명으로 돌아와 운대호텔에서 셋째 날 밤을 보냈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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