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세상읽기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0원’에 분노한다

킹스텔라 2010. 12. 10.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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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어제 국회 본회의 개회를 선언하며 “북한이 대한민국을 향해 포탄을 쏘는 상황에서 국민 여러분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새해 예산안을 한나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 이 예산안에는 방학기간 결식아동의 급식지원비가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여당 의원들이 굶는 아이들 밥그릇을 깨뜨린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예산안 처리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밥 굶는 방학이 슬픈 40여만명의 아이들을 한번이라도 생각해봤다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럽고 참담할 따름이다.

  학기 중 교육청이 급식을 지원하는 결식아동이 70만명에 달한다. 방학 중에는 지방자치단체가 급식지원을 맡지만, 열악한 재정 탓에 혜택은 40%에도 못미친다. 결식아동에 대한 지원은 원래 지방자치단체에 이양한 사업이지만, 지자체의 재정부담 때문에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지원 예산을 배정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9년 542억원의 국가예산을 지원했고,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올해 절반 가까이 줄어 285억원이 배정됐다가 내년도 예산에선 전액 삭감된 것이다. 이 예산안은 국고보조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는 부대의견만 채택된 채 예결위로 넘어갔으나 제대로 심의조차 안된 채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와 여당은 2012년까지 부자들에게 90조원의 세금을 감해주고, 내년도 4대강 사업에 9조6000억원을 쏟아붓겠다면서 40만명이 넘는 아이들의 허기(虛飢)는 철저하게 외면했다.

  밥이 곧 하늘이라고 했다. 이번 강행처리에서는 무상급식 예산도 ‘0원’을 기록했다. 부자감세는 구국(救國)이고 무상급식의 보편적 복지는 망국(亡國)이라는 미망(迷妄)에 사로잡힌 채 정부가 공정사회와 친서민 깃발만 흔들고 있는 셈이다.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은 무상급식과도 차원이 다르다. 배곯는 아이들은 개학날만 손꼽아 기다리며 눈칫밥도 없어 눈물을 삼켜야 한다. 500억원이면 40여만명의 아이들이 방학 중 점심을 굶지 않을 수 있다. 전체 예산의 0.006%다. 이것도 못하면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을 대표한다고 할 순 없다.

 

출처 :  경향신문-사설 (201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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