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나의 글쓰기

금연의 날에...

킹스텔라 2014. 5. 3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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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멀리 우암산 위의 아침 햇살이 아직 선명하지 않은 이른 아침이다.

발코니의 각양각색 화초들은 기지개를 켜며 화사하게 웃는 모습으로 나를 반겨주는 것 같다. 상쾌한 아침 공기가 그리워 발코니 창문을 힘차게 열어젖히고 심호흡을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역겨운 담배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기대와 설렘은 이내 분노로 변했다. 벌써 몇 번째인가.

아래층에서 또 담배를 피운 것이 확실했다.

 

  며칠 전 나는 엘리베이터 안의 게시판에 다음과 같은 당부의 글을 올렸었다.

하루를 시작하는 이른 아침은 언제나 기대되고 설레는 시간입니다.

아침의 이미지가 그날 하루의 기분과 일과의 성패를 좌우하지요.

요즈음 우리아파트에는 아침마다 담배연기를 날려 기분을 상하게 하는 주민이 있습니다.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나 혼자 좋으면 그만이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웃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합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다음날 우연히 바로 아래층에 사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회장을 만났다.

이분은 오래전 공직에서 은퇴한 분인데 고희를 한참 넘긴 어르신이다. 마침 이런저런 얘기 중에 담배 얘기를 하게 되었는데, 사연인즉 자기가 평생 담배를 피우다 보니 쉽게 담배를 끊지 못했다고 한다. 자기로 인해 피해를 주어 미안하다며 다시는 담배를 피우지 않고 금연을 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런데 불과 며칠이 지나지 않아 또 담배를 피워 나의 아침 기분을 상하게 했던 것이다.

  담배 끊기가 저렇게 힘든 것인가 생각하니 한편으로 측은한 마음과 함께 하나의 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은 이런 경우도 있었다.

몇 년 전 초여름 이었다. 창문을 열고 한가로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 차에서 불똥이 날리며 내 차의 차창 안으로 담배꽁초가 들어올 뻔 한 적이 있었다.

내가 속도를 내어 앞차를 쫓자 앞차도 자기 잘못을 알았는지 속력을 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결국은 교차로를 몇 번 지나 빨간색 신호등 앞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었고, 옆에 도착해 살펴보니 삼십대 초반의 여성운전자가 않아있었다. 차창을 닫았기에 창을 내리라고 손짓을 했지만 차창을 내리지 않았고 신호가 바뀌자 이내 또 달아나 버렸다.

  너무 괘씸하여 담배꽁초를 버렸던 지역의 관할 경찰지구대에 자초지종을 서면으로 작성하고 위반 장소를 약도로 그려 제출했다. 그리고 꼭 추적하여 범칙금 처분을 내려줄 것을 요구하며 내 연락처를 남겨두었다.

  다음날 지구대에서 연락이 왔다. 차적을 조회하여 운전자에게 연락을 했더니 깜짝 놀라며 지구대로 와서 범칙금 통지서를 받아 갈 테니 집으로 통지서를 보내지 말라고 부탁하더란다.

 

  길거리나 공공장소, 심지어는 집 안에서도 담배를 피우는 경우를 종종 본다. 애연가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무 곳에나 담배꽁초를 버린다.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하지 않겠는가. 자기만 편리하고 만족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타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담배를 피워도 얼마든지 피울 수 있지 않은가?

  언론에는 청소년들의 흡연율이 높아간다고 걱정이다. 특히 여성 흡연율이 점점 높아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담배를 많이 피편 후두암, 폐암,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3-6배 높다는 과학적인 연구결과도 있고, 흡연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은 매년 수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5월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금연의 날이다.

남에게 심한 불쾌감과 피해를 주고 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담배를 좋아할 순 없잖은가? 병은 부르지 않아도 찾아오지만 건강은 노력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해지고 행복한 삶이 오지 않겠는가.

 누구를 위한 담배인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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