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나의 글쓰기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킹스텔라 2015. 2. 16.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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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일년 전 오늘 이다.

  날씨가 참 맑았다. 자정을 넘겨 인천공항을 출발한 여객기는 십여시간의 비행 끝에 카타르 도하공항에 도착했다. 하지만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아니다. 목적지를 가기 위해 다시 환승하여 탑승한 비행기는 세 시간 여만에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도착하였다. 이곳에는 이집트 대사를 비롯한 대사관 직원들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들과 함께 다시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집트 휴양도시인 샤름엘세이크 공항으로 출발하였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이십여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좀 더 가야했다.


카타르 도하 공항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내려다 본 시나이반도는 옅은 흑갈색의 바위산으로 덮여있었다.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보이지 않고 일부 산봉우리 정상은 엷게 쌓인 하얀 눈이 햇빛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다. 돌산으로 덮인 시나이 광야의 저 멀리에 아주 선명한 파란 색상의 홍해가 시야에 들어왔다. 모세가 하나님의 십계명을 받았던 시내산이 바로 발아래 있지만 흑갈색의 바위산만큼이나 착잡한 마음과 걱정은 뇌리에서 사라지지를 않았다.


테러 사건 현장 (현장에서 부상당한 성도가 급히 대피한 직후 촬영한 사진)

 

  2014년 2월 16일 주일 저녁, 한국인 성지순례 관광객 32명이 탄 버스가 이집트에서 이스라엘로 넘어가는 국경 타바에서 폭탄테러를 당했다는 뉴스속보가 텔레비전에서 자막으로 흘러나왔다. 순간 혹시나 하는 불길한 생각과 걱정은 이내 현실이 되었고, 다음날 사건을 수습하러 유명을 달리한 유가족들과 함께 이집트 홍해의 해안가에 있는 휴양도시인 샤름엘세이크의 샤름국제병원으로 날아갔다.


이집트 샤름국제병원


  샤름국제병원은 국경인 사건현장에서 가까운 곳으로 부상당한 성도들이 입원해 있으며 유명을 달리한 성도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곳이다. 오랫동안 준비하며 설렘과 기다림 속에서 성지순례 여행을 떠났던 성도들, 하지만 이집트의 이슬람 과격파 무장단체의 만행으로 머나먼 이국땅에서 죄 없는 많은 사람들이 부상당하고 여러 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현장이기도 하다.

 

  나의 뜻밖의 방문에 부상당한 성도들은 반가움인지 아니면 안도하며 긴장이 풀렸는지 모두들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부상당한 온몸의 통증을 참아내며 보호자도 없이 언어도 통하지 않는 이국만리에서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했을까? 처참한 병실의 모습은 사건 발생 사흘째인데 임시방편으로 응급조치만 하였던 터라 상처를 동여맨 붕대에서는 지혈이 안 되어 피가 흘러내리며 병상의 침대 시트를 적시고 있었다.


부상자들의 몸속에 박혔던 크레모아 탄알


  부상자들은 크레모아 파편이 살과 뼈 속에 그대로 박혀있었지만 제대로 수술을 할 수 없는 현지 의료시설이 야속하기만 했다. 또한 대다수가 고막이 손상되어 대화를 할 때 잘 알아듣지를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는 부상자들을 보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 억장이 무너지고 마음이 아팠다. 파편으로 인한 부상이라 살이 문드러지고 피부가 괴사되는 환자도 있고 빠른 조치가 안 되어 결국에는 발가락을 절단한 환자도 있기에 속이 타들어 갔다.

  한국에서 출발하기 전 듣던 현지의 상황과는 너무나 다르고 심각한 상황이라 한시라도 신속하게 한국의 병원으로 이송하는 게 급선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에 파견된 외교통상부 신속대응팀과 이집트 영사에게 신속한 국내 이송을 요구하였다. 결국 신속대응팀과 밤을 넘기고 다음날 새벽, 날이 밝는 대로 아침 일찍 한국으로 이송하기로 어렵게 합의했다.

  금번 사건을 수습하면서 모든 일처리가 비용과 관련된 문제라 쉽지 않음을 알았으며, 정부 부처의 대응은 국민들에게 비춰지는 이미지만 중요시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경제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자국민을 위한 사건 대응능력이 생각보다 허술하고 초보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로지 여행사에서 모든 비용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촌각을 다투는 부상자들의 안위에 대하여는 급한 생각이 없는 것 같이 느껴졌다. (현장에서 수고하신 외교통상부의 신속대응팀은 나름대로 정해진 메뉴얼에 따라 최선을 다하려 했음에는 감사드린다.) 


이집트 정부에서 지원한 구급차와 의료진 등 지원팀


이집트 정부에서 지원한 구급차와 의료진등 지원팀


  고맙게도 이집트 정부에서는 구급차와 의료진을 지원해 주었고 국내선 특별기까지 띄워주어 이집트 수도인 카이로까지 신속하게 나올 수 있었다. 카이로 공항에서는 다시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로 환승하였지만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맴돌아 심경의 복잡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병원에서 샤름엘공항으로 이동중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서 리프트 차를 이용해 비행기에 탑승하는 장면


  오늘도 세계 각처에서 일부 잘못된 인간들의 정치적 경제적 욕망과 종교적 갈등에 의해 수많은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이집트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도 반정부 이슬람 과격 무장단체의 욕망과 그들의 이념전쟁이 관광수입이 국가 운영에 절대적인 현 집권정부에 타격을 주기위해 의해 일으킨 엄청난 사건이다.

  성경에 보면 천하보다 귀한 것이 인간의 한 생명이며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냐고 기록되어 있는데 아직도 세상은 범죄와 테러로 인하여 무고한 많은 생명들이 죽어간다.

어떤 이유에서든 내 생명이든 남의 생명이든 사람의 목숨을 함부로 해서는 결코 안 된다. 인간의 생명은 온 천하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에 생명을 존중하는 평화의 세상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준비하는 장면


  아부다비 공항에 도착하여 부상자들과 일행은 인천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를 한 번 더 갈아타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우여곡절 끝에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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