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야의 시간을 걷다
오늘은 경상북도 고령군의 고령 지산동 고분군을 찾아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약 2시간 30분을 달려 대가야읍에 도착했다. 옛 고령읍이었던 이곳은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가 깊게 스며 있는 고장이다.



대가야박물관에서 시작된 고분 탐방
대가야박물관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박물관 오른편으로 난 숲길 언덕을 따라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길가에는 크고 작은 봉분들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말 그대로 ‘고분군’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산 능선을 따라 층층이 자리한 고분들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그 모습만으로도 압도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했다.






1500년 시간을 품은 지산동고분군
고령 지산동 고분군은 대가야읍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주산 남쪽 능선을 따라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는 대가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서기 400년경부터 멸망한 562년 사이에 만들어진 왕과 귀족들의 무덤 700여 기가 남아 있다. 1963년 사적 제79호로 지정되었으며, 2023년 9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현재는 형태가 비교적 뚜렷하고 규모가 큰 무덤들을 중심으로 번호를 붙여 75호 고분까지 구분하고 있다.
모든 무덤은 둥근 봉토 형태이며 규모에 따라 대형·중형·소형으로 나뉜다. 내부는 돌널무덤, 석곽묘, 석실묘 등 돌을 이용한 구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순장 풍습이 남아 있는 44호 고분
특히 가장 유명한 44호 고분은 하나의 봉분 안에서 여러 개의 무덤이 발견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가족묘가 아니라 당시의 순장 풍습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순장은 왕이나 지배층이 죽었을 때 사람이나 동물을 함께 묻는 장례 풍습이다.
죽은 뒤에도 생전의 삶이 이어진다고 믿었던 당시 사람들의 세계관이 담겨 있는 셈이다. 고분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단순한 유적지가 아니라 대가야 사람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믿음이 남아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45호 고분 위에서 바라본 대가야읍
우리는 가장 위쪽에 자리한 44호와 45호 고분까지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마침내 45호 고분 위에 서자 대가야읍 풍경이 한눈에 펼쳐졌다.
잔잔한 마을 풍경 뒤로, 천오백 년 전 이곳을 지배했던 대가야의 시간이 겹쳐지는 듯했다.





잔잔한 마을 풍경 뒤로, 천오백 년 전 이곳을 지배했던 대가야의 시간이 겹쳐지는 듯했다.
찬란했던 역사는 사라졌지만 오래된 봉분들은 묵묵히 그 시간을 품은 채 지금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역사책 속 이름으로만 알던 대가야를 직접 걸으며 만날 수 있었던 뜻깊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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