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어머니의 시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이월순)

킹스텔라 2013. 9. 23.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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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이월순

 

아직 여름이 물러나지 못한 오늘

인도 보도블록을 무심코 걸어가다

언뜻 발견한 어느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의상실 앞 시멘트 계단에 쉬고 있는 할머니

하얀 저고리 앞자락이 반쯤 열리고

그 사이로 빠끔히 내다보이는 할머니의 뽀얀 귀여운 젖통

나의 눈길을 당긴다

 

할머니 젖이 너무 귀여워요!

 

할머니는 고개 숙여 앞가슴을 보자

아이고 젖이 나왔네

황급히 옷자락을 덮으며 귀엽긴...

그러나 나는 정말 귀여웠다

내가 결혼할 때까지 엄마의 젖을 만졌기 때문에

지금도 나의 기억 속에 잠재돼 있는 하얀 속살 귀여운 젖통을

오랜만에 저 할머니에게서 발견했다

반쯤 열린 저고리 속에서 빠끔히 내다보는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이월순 (시인,수필가)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년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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