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나의 글쓰기

입대하던 날

킹스텔라 2016. 10. 29.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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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막내아들의 입대를 위해 멀리 부산에 있는 신병훈련소를 다녀왔다. 신병교육대 광장에는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다. 군대에 입대하는 장병들 속에서 그들을 환송하는 가족과 친지들이 사랑하는 가족을 군대로 떠나보내는 아쉬움과 애틋한 정을 나누고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 풍경은 변한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필자도 30여 년이 훌쩍 지난 세월 저편에 군대생활의 추억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대한민국 남자는 기회가 될 때면 군대의 추억과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때의 기억을 되뇌곤 한다.

   학교를 휴학하고 입영 통지 영장을 기다리는데 7개월이 지나도 입영통지서가 날아오지를 않았다. 기다림이 오래되다 보니 하루하루 더욱 간절한 소원이 빨리 군대에 가는 것이었다. 나도 남들처럼 국방색 전투복을 입고 멋진 군인이 되겠다는 기다림과 설렘이 매일매일 반복되었다. 남들이 들으면 참 이상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때의 심정은 정말 그랬다. 기다림이 8개월로 접어들던 때에 입영통지서가 나왔고 논산 훈련소로 입대하게 되었다. 입대하던 날, 버스터미널에서 어머니의 아쉬운 눈망울을 뒤로 한 채 홀로 버스를 타고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기초군사훈련을 받음으로 군 생활을 시작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의 군 생활 시절과 비교해서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이 흘러서인지 지금의 군대는 예전과 비교하여 그 이상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 부대 입구에 들어서자 깨끗하게 포장된 넓은 도로 위를 따라 부대 정문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다. 승용차를 운전하여 부대 내까지 들어갈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하고 좋은가? 또한, 기간 장병들이 길가 곳곳에 배치되어 처음 오는 사람들을 신병 입대식 장소까지 친절하게 안내하며 반겨주었다. 부대 내에 들어서자 커다란 강당으로 우리를 안내하는데 이곳이 오늘 입대하는 장병들의 입대식 장소였다. 예전에 연병장에서 희뿌연 먼지를 풀풀 날리며 강렬한 땡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얼차려로 시작하던 입대 첫날의 추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 넓은 강당에 에어컨과 선풍기가 돌아가고 입소한 훈련병과 부모 친지들이 함께 모여 부대장의 친절한 안내와 군악대의 팡파르를 들으며 입소식이 진행되었다.

   이제 병영생활이 시작되었다. 사회와는 달리 군대라는 폐쇄된 특수한 환경에서 명령과 복종을 배우고 대한민국의 안위를 위해 21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서로를 위하는 동료애를 배우고 아무리 어렵고 힘든 환경에 처했을지라도 이를 극복해내는 인내와 극기를 배우게 된다. 또한, 그와 더불어 강인한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도 기르게 된다.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남을 위한 삶을 사는 봉사와 희생정신도 배우게 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흔한 말로 군대를 다녀와야만 사람 된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젊은 시절의 아까운 시간을 힘들이면서 군대 생활에 빼앗길 수 없다고 군대를 회피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하지만 이 군대 생활의 추억과 경험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평생 나를 지탱해 주는 좋은 경험으로 남는다면 얼마나 좋은가.

 

   처음 입대하여 무사히 신병훈련을 마치던 날, 성취했다는 기쁨과 뿌듯함이 온몸을 타고 전해지는 그 느낌이 아들의 입대를 보면서 다시 느껴진다. 더플백을 메고 제대할 때까지 근무할 부대를 찾아 야간열차와 군용트럭을 타고 가던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의 추억이 오늘도 기억 저편에서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모든 훈련을 마치고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늠름한 대한민국의 군인으로 이 나라 어디에선가 자기의 자리를 지키며 근무할 아들에게 무한한 지지와 격려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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