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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오늘은
엄마가 오시마고 약속한 날
책 보따리 마룻바닥에 던져 버리고
뒷동산에 달려가
장사 가신 우리 엄마 기다리는데,
해는 서산에 지고
땅거미가 깔릴 무렵
저기 저 짙푸른 산등성 너머
꼬불꼬불 산골길 걸어오시는
우리 엄마.
머리에는 보따리
치맛자락도 디룽디룽 걷어 올린
치마 보따리
머리에는 비단 장수 쌀 보따리
치마폭엔 늦가을 미루나무 밑둥치에 돋아난
소박한 버섯송이
얼마나 무겁고 힘드셨을까
얼마나 무겁고 힘드셨을까.
이월순 (시인, 수필가, 1937. 11. - 2021.7.)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삶과 꿈)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아동문예)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수필과 비평사)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 수필과 비평사)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대한출판)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인간과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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