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어머니의 시

고욤

킹스텔라 2022. 11. 11. 10:32
728x90

 

고욤

 

                                              이월순

 

대접봉 산줄기 따라

고랑진 산골 세 개

그 중에 하나 명막골

 

거기에는 늑대도 나오고

호랑이도 나온다는데

하필이면 그곳에

고욤나무 세 그루

 

명자야! 우리 그곳에 가자

 해 지기 전에 오면 돼.

 

질펀한 밭두둑에

된서리에 절삭은 고욤

조롱조롱 주북주북

떨어진 고욤만 먹어도

 

"아이고 맛있어"

 

실컷 주워먹고 오려는데

입안에 침이 가득 가시가 돋친다

 

"아이고 죽깠네"

 

뱉어도 뱉어도 자꾸만 고이는 침

우리 엄마 이것 보고 깜짝 놀라

짚 오라기 하나 다듬어서

목걸이 해 주셨지어.

 

 

                                                                                  - 이월순 동시집 <바보 같은 암소> 36P -

 

 

이월순 (시인, 수필가, 1937. 11. - 2021.7.)

 

- 1997년 '풀부채 향기' (시집)

- 2000년 '내 손톱에 봉숭아 물' (시집, 삶과 꿈)

- 2006년 '바보 같은 암소' (동시집, 아동문예)

- 2009년 '시가 있는 수필집 질그릇' (수필, 수필과 비평사)

- 2013년 '할머니의 귀여운 젖통' (시집, 수필과 비평사)

- 2016년 '왜 나는 그를 사랑하나' (신앙시집, 대한출판)

- 2020년 '여든네 번째 봄' (시집, 인간과 문화사)

728x90

'행복한 세상 > 어머니의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 눈  (136) 2024.01.08
기다림  (0) 2022.10.27
밤나무  (0) 2022.10.14
그리움 한 자락  (0) 2022.10.11
낙엽 같은 삶  (0) 2021.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