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바람 따라서

먹빛, 그 한없는 포용

킹스텔라 2023. 10. 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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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하늘을 봅니다.

역병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가을 하늘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낮의 찬란한 태양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시리게 푸른 가을 달,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살고 있는 오늘이 가슴 뛰게 벅차오릅니다.

 (녹원 최연옥의 초대글 중에서)

 

녹원 최연옥 개인전에 다녀왔다.

한국문인인화협회 초대작가이며 충북서예전람회 초대작가, 충북민예총 회원인 최연옥 작가.

30대에 송우 조성필 선생에게 한문 서예를 배우며 붓을 잡았으며,

이후 40대에 청람 김병옥 선생을 만나 문인화를 익히게 된다.

 

  60대인 작가는 서예뿐만 아니라 만학으로 국문학을 전공한 후 수필가로 등단하여 문학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소속된 단체에서 전시를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전시회는 10월 29일(일)까지 계속 된다.

녹원 최연옥 개인전
개인전이 열리는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먹빛, 그 한없는 포용>은 녹원 최연옥의 개인전으로 문인화가라는 이름으로 얽어온 삶을 살펴보는 자리다.

이번 전시는 60대 중반에 이른 작가가 자신의 삶을 작품을 통해 되짚어 본다.

 

  고향 녹도의 모습을 그려낸 《기다림》은 바다를 바라보며 어머니가 돌아오는 배를 기다렸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담아냈다. 《묵란》과 《묵송》은 섬에서 본 숲의 모습을 떠올리며 구성했다. 긴 화폭으로 이어진  《묵란》은 태풍이 지난 뒤 마주했던 순간으로 고향의 모습이면서 작가가 스스로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장면이기도 하다. 작가가 포착한 태풍이 지난 자리는 거칠지만, 단순히 혼돈으로 읽히지 않는다.

그림을 자세히 읽으면 보이는 새로운 풍경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좋은 삶에 대한 질문을 마주할 수 있다.

《기다림》 - 화선지에 수묵담채, 90*50cm
《묵란》 - 화선지에 수묵, 595*35cm
《묵송 》 - 화선지에 수묵담채, 45*70cm

  유년 시절을 반추한 《기다림》과 현재의 모습을 그려낸 《묵란》 사이의 시간은 사군자를 포함하여 게, 연꽃 등의 문인화로 만날 수 있다. 문인화가이자 수필가인 작가는 전통적인 도상들이 갖고 있는 의미와 주제를 바탕으로 개인적인 삶의 이야기를 작업에 녹여냈다.

  시서화라는 문인화가에게 요구되었던 오랜 가치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하고 표현했다. 글과 그림이 함께 배치되어 있어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감상의 지점을 넓힌다.

 

《아침의 노래》 - 화선지에 수묵담채, 20*70cm, 《칠월의 향기》 - 화선지에 수묵담채, 20*70cm

 

  작가가 두 돌이 되던 음력 정월, 

유명을 달리하신 아버지는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중학교 국어 시간에 '의자'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되살아났고, 가을이면 갈대의 흔들림과 그믐달을 보며 그리워했다.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또 다른 그리움과 기다림을 안고 산다.

지구 반대편에 살고 있는 딸에 대한 그리움이다.

계수나무 한 나무 가려진 눈썹달 속에 그네 타는 딸을 그리워한다.

 

《가을 단상》 - 화선지에 수묵, 27.5*75cm

  연잎 차를 덖기 위해 연잎을 주문했다.

진흙 속에서도 오염되지 않는 연꽃 향!

자동차가 없는 작가에게 직접 전달해 주신 농장 아저씨.

그에 더해진 아름다운 사람의 마음.

덥고 습한 올여름을 향기롭게 보낼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화선지에 수묵담채, 45*70cm
《향기를 담아》 - 화선지에 수묵담채, 42*34cm
《군자의 향기》 - 화선지에 수묵담채, 46*35cm
《마음 밭에 물든 향기》 - 화선지에 수묵담채, 70*45cm

  어제보다 바람결이 다르다.

작은 나무 뜰에 나서면 겨울이 언제였나 가득한 매화 향기

마음에 담을 수 없어 화병에 담아 방안에 들여놓는다.

꽃은 시들어도 향기는 팔지 않는다는 고결한 자태.

감히 너를 닮고 싶은 욕심.

《향기를 담아》 - 화선지에 수묵담채, 42*34cm
《사군자》 - 화선지에 수묵, 270*35cm
《찬란한 오월》 - 화선지에 수묵담채, 70*45cm

 

  군자의 향기를 강렬한 빛으로 표현해 보았다.

지워지지 않는 향기로운 꽃잎이 시들어도

마음속 향기는 영원하길 염원하며......

《춘란》 - 화선지에 수묵담채, 70*45cm

 

  7월 한여름 내리쬐는 태양 아래 연못 물속에서 몇 명의 인부들이 이끼와 수초 제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연꽃은 저분들이 흘린 땀으로부터 가능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가꾸는 이가 있으니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은 당신의 섭리를 통해서 드러내고 있구나.

그것이 진리라는 생각을 하며 고운 손 거친 손 모두 아름다운 향기가 배어 나오는 귀한 존재임을 알겠다.

《향기로운 마음 먼저》 - 화선지에 수묵담채, 35*135cm

 

  지난여름 무더위는 길고 질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견뎌온 모든 이들을 위해

겸손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가을입니다.

《가을날의 기도》 - 화선지에 수묵담채, 70*27.5cm

 

  책을 읽는데 무심천과 꽃다리란 이름이 참 인상적이었다.

얼마나 꽃이 많이 피었으면 이름이 꽃다리 일까.

얼마나 욕심이 없이 착한 사람이 바라봐서 무심천일까 궁금했다.

무심천엔 청둥오리며 백로들이 한가로이 떠다니고 맑은 물이 흐르고 주변엔 갈대가 흩날리는 청주의 가을은 무심천에서 시작되고 있다.

오늘도 무심천엔 욕심 없이 착한 청주 시민들이 가을을 즐기고 있다.

《가을 무심천》 - 화선지에 수묵담채, 70*45cm
《강심의 노래》 - 화선지에 수묵담채, 45*70cm
《백목련》 - 화선지에 수묵담채, 60*45cm

 

  문인화에서 게와 갈대를 그리는 것은 부부의 해로를 뜻한다.

변치 않는 부부의 사랑과 그 구성원들이 오늘도 다정다감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은

그 어떤 모습보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장면이 아닐까.

《가족》 - 화선지에 수묵담채, 70*45cm
《벗의 마음》 - 화선지에 수묵, 22.5*135cm,&nbsp; 《함께》 - 화선지에 수묵, 22.5*135cm
《연》 - 화선지에 수묵담채, 35*45cm
《연》 - 화선지에 수묵담채, 45*70cm

 

* 먹빛, 그 한없는 포용

  전시일정 : 2023. 10. 24(화) - 10. 29(일)

  장소 : 충북문화관 숲속갤러리 2층

  후원 : 충북문화재단, 충청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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