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나의 글쓰기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

킹스텔라 2024. 7. 28.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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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의 일이다.

대학 기숙사에 기거하는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병상에 누워 주사를 맞고 있는 한 장의 사진과 함께 영양실조와 과로로 교내에 있는 대학병원에 실려 왔다는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순간 지금이 중간고사 기간인지라 공부에 신경 쓰느라 너무 지쳐 입원까지 했나 하는 생각에 한편으로 미안한 마음과 짠한 생각을 금할 수 없었다.

 

  나도 대학 생활을 하던 시절, 평상시에는 공부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다가 시험 때가 되면 애면글면 밤을 새워 벼락치기 공부를 하면서 몸 고생 마음고생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공부이며 졸업을 하고 직장을 잡으면 다시는 공부하는 일은 없다.’라고 다짐을 했었다. 그러나 세상을 살다 보니 새로운 학문을 배워야만 하는 필요성을 느낄 때가 있었고 힘들지만, 또 공부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도 했다. 사람은 평생 새로운 것을 계속 배워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도 뒤늦게 깨닫게 되었다.

 

 입원했다는 아들이 걱정되어 곧바로 전화했다. 지금 상태를 물으니 괜찮다고 하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퇴원할 거라 한다. 그 말을 듣자 걱정했던 마음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안심이 되었다. 사실 지난 학기 성적이 마음에 들지 않아 이렇게 공부하려면 군대부터 먼저 다녀오고 공부를 하라고 나무랐었다. 아들은 다음 학기에는 성적을 꼭 올려보겠으니 지켜봐 달라고 하면서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바로 군대에 가고, 목표로 하는 성적이 나오면 한 학기 더 다니고 군대에 가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자식의 성적에 초연해 지려 애써 보지만 막상 성적을 보면 마음대로 되질 않는다. 성적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닌데 왜 그리 성적에 집착하는지 어쩔 수 없는 평범한 부모라는 생각에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곧이어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아빠! 사실은 나 아르바이트하는 거예요. 임상시험 중이거든요.” 하는 뜬금없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한편으로 걱정이 앞섰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갑상샘 치료제 특허 기간이 끝나면서 모 제약회사가 복제 약을 개발 중인데 그 약을 투약하고 있다고 한다. 약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이런저런 검사를 받으며 석 달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세 번만 혈액 검사를 받으면 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마루타가 아니냐 했더니 그렇다고 한다. 초기에는 입원해 먹여주고 재워주면서 병실에서만 생활하기에 시험공부 하기도 아주 좋다고 한다. 또한, 잠깐의 아르바이트로 수십만 원의 꽤 많은 돈도 받는다고 좋아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닌 아들의 몸이 걱정되는데 이 녀석은 그러한 생각을 전혀 못 하는 모양이다. 혹시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인지라 실험 약을 투약하고 몸에 커다란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몹시 걱정되었다. 이렇게 중요한 일을 아빠와 상의 한 번 안 하고 제멋대로 결정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났지만,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 너로 인하여 아빠와 엄마가 걱정하게 되니 다음에는 절대로 이러한 일은 혼자서 결정하지 말고 반드시 상의해서 하라고 조용히 타이르고 전화를 끊었다.

 

  아주 오래전 춘추전국시대 노나라 사상가인 공자가 증자에게 말하기를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 (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라 했다. 옛사람들은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머리털 한 올도 함부로 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효로 여겼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세상이 달라져 언제든지 이발을 하며 머리카락을 깎고 버리지만, 그렇다고 신체발부 수지부모가 효의 시작이라는 의미마저 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들아! 너는 아빠의 보물이란다. 부모는 평생 자식을 생각하고 걱정한다고 하는데 자식은 그만큼 부모의 마음을 몰라주니 서운한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나 또한 이와 다르지 않은 못난 자식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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