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나의 글쓰기

1,000 감사 노트

킹스텔라 2024. 8. 1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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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이다.

아빠! 재능기부 해주세요.”

군대에 있는 아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거두절미하고 말하는 아들의 이 얘기에 뭔가 할 일이 생겼다고 지려 짐작했다. 아직도 아빠가 슈퍼맨이라고 생각하는 아들인지라 군부대에서 뭔가 도움이 필요해서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아 군에 입대했다.

신병훈련을 마치면서 남들이 지원하기 싫어하는 부대에 스스로 지원했다. 부대 생활에서는 전우들의 머리를 깎아주는 일이나 위병소 근무를 자청하고 아직은 참여하지 않아도 될 유격훈련이나 완전군장 행군을 자청하면서 나름대로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었다. 너무나 열심히 군 생활을 하는 것도 부모의 마음에는 걱정이 되었다. 흔한 말로 군대에서는 중간만 하면 되니 너무 앞서지 마라.”고 타이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강산이 세 번 변하는 세월 저편에서 나의 군 생활 기억이 아들을 통해 문득 살아나곤 했다.

 

  6개월 전 중대장으로부터 1,000가지 감사한 것을 노트에 기록하자는 얘기를 듣고 대충하다가 포기할까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군인들에게 가장 매력적이고 가슴 설레게 하는 23일이라는 포상휴가의 달콤한 유혹 때문에 하루하루 감사 노트를 작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마음으로 시작한 감사 노트 작성은 처음에는 무척 어려웠단다. 아무리 생각하고 머리를 쥐어 짜내도 하루에 다섯 가지 감사를 쓰는 것도 일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 노트를 매일 쓰다 보니 마음과 행동에 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감사한 일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스스로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먼저 주변 전우들 노고가 하나하나 눈에 보이기 시작했고, 감사한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어떤 일이 있을 때 예전과 달리 긍정적인 행동으로 움직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변하면서 모든 일에 즐겁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1,000개의 감사할 내용을 노트에 다 기록했다고 한다.

 

  아들은 이런 이야기를 전화로 하면서 ‘1,000 감사 운동 체험 수기를 작성하려고 하는데 아들을 위해 재능기부를 하란다. 이것이 선정되면 34일이라는 포상휴가를 받을 수 있으니 아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전화를 한 것이다. 군인에게는 휴가보다 즐겁고 가슴 설레게 하는 일이 없는 것을 먼저 군대를 다녀온 선배의 입장에서 모르는 바가 아닌지라 도와주기로 했다.

 

  내용을 보니 아들이 근무하는 분대는 중대 중 가장 엄하고 무섭기로 소문이 나 있었고 갓 전입해 온 신병들과 일·이병들은 자기주장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병 때 시작한 감사 노트를 쓰면서 후임들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고 내가 분대장이 되면 좀 더 분위기 좋은 분대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감사 노트를 반년을 쓰다 보니 시간은 흘러 어느새 분대장이라는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고 제대도 몇 달 남지 않았다. 대다수 사람이 그렇듯이 아들도 평소에 감사하다미안하다는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았었단다. 그러나 매일매일 감사할 것을 찾으면서 주변에 자연스럽게 감사나 미안함을 전할 수 있게 되었고 다른 전우들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하는 분대장이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분대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신병들의 적응도 빠르고, 업무의 효율도 훨씬 높아지고, 더욱 활기 넘치는 분대가 되었다고 자랑을 한다.

 

  1,000 감사 운동 체험기를 살펴보면서 평소에 얼마나 감사하다’, ‘미안하다라는 표현했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바람이 있다면 아들이 계속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며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키는 감사 일기를 그치지 않고 계속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떠한 노력과 그에 따른 좋은 결과에 보상이 뒤따르더라도 그 보상에 매달리기보다는 현재 주어진 조건에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행복을 느끼는 것이 나에게 주는 최고의 보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감사하고 즐겁게 살면 행복이라는 보상은 항상 내 곁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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