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이런 생각

잘 다녀오세요.

킹스텔라 2011. 1. 2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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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일요일(1월24일) 오후에 인천 공항에 다녀왔다.

필리핀의 친정집에 다니러 가는 한 결혼 이주 여성을 배웅하기 위해서이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문제는 외로움과 문화차이,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과 경제 문제라 하는데 이 여성은 특히 나의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이 여성은 지난 2005년 필리핀 현지에서 결혼 중개 업체의 소개로 13살 위의 한국 남자와 결혼하여 일주일 만에 한국으로 들어왔다. 결혼과 동시에 아들을 낳고 단란한 가정을 꾸리는 듯 했다. 남편은 용접 일을 하는 직장 생활에서도 인정받고 흠 잡을 데 없는 다정다감한 얘기 아빠였지만 결혼 3년만인 2008년에 갑자기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지게 되었다. 그 때 이 여인은 둘째를 임신하여 태중에 3개월 된 여아가 있을 때였다.

 

남편을 잃은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시어머니는 앞으로 아이를 키우기 힘들 테니 태중에 있는 아이를 지우라고 이 여인에게 강요하였고, 이 여인은 아이를 지키기 위에 3살 된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오게 된다. 이때 시어머니가 무척 무서웠다고 한다.

 

  집을 나온 이후 이주 여성 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 둘째를 출산한 후 다시 시어머니가 홀로 사는 시골의 시댁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이곳에서 연로하여 몸이 아픈 시어머니와 남매를 부양하며 국가에서 지원되는 생활 보조금으로 네 가족이 현재까지 살아왔다.

 

 

  지난주에 이 여성의 집을 방문했었는데 시골의 허름한 집에 주방이 딸린 단칸방에서 네 식구가 생활하고 있었다. 매서운 추위가 매일 이어지는 가운데 그날도 눈이 내리며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 이지만 주방은 난방이 전혀 되지를 않았고 방안만 약간의 온기가 있을 뿐이었다.

다섯 살과 두 살 된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집이라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진다.

 

 

  결혼 한지 6년이 되었지만 가정 형편상 아직 필리핀의 친정집에는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으나 한 교회의 도움으로 아이들과 함께 꿈에 그리던 필리핀의 친정집에 다녀오게 되어 오늘 출국하게 된 것이다. 아빠는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 같이 가지 못하지만 6년 만에 친정 부모님의 얼굴을 보게 되며 한 번도 보여드리지 못했던 외손자, 외손녀들의 재롱을 보여드리러 가는 것이다.

 

 

  고생이 묻어나는 자그마한 체구의 거무스레한 그녀의 얼굴에 모처럼 기쁨과 설렘이 가득해 보인다.

 

 

 

 

* 이 여성은 1월 24일에 출국하여 2월 12일에 돌아오게 됩니다.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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