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이런일 저런일

토끼와 물고기

킹스텔라 2010. 9. 25.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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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나는 취미가 서로 다르다.

아내는 열대어를 애지중지 키우며 그 새끼들을 이웃이나 지인에게 분양하는 것을 즐기며, 베란다에 화초를 가꾸는 것을 즐긴다.

반면 나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라이언 헤드라는 커다란 암토끼를 키운다. 얼굴 주변의 털이 마치 수사자의 갈기 털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아내와 간혹 부딪히는 일이 벌어진다.

 

 

 

 

   내가 토끼를 키우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 크리스마스 때이다. 업무차 일을 갔을 때 어느 부인으로부터 딸이 키우던 토끼인데 딸이 멀리 유학을 떠나게 되어 할 수 없이 자신이 기르고 있었는데 자신은 더 이상 키울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키울 수 있다면 가져다가 키우라고 하기에 가져다 키운 것이 어느덧 6년이다.

  이 라이언 헤드 토끼가 한 살이었을 때 그곳에서 가져다 키웠으니 지금 일곱 살이다. 토끼의 나이로 따지면 할머니 토끼이다. 그러니 정이 들었어도 한참 들었다.

  내가 퇴근 후에 들어와서나 또는 이른 아침에 잠에서 일어나 앞 베란다 문을 열면 용케 알아보고 쏜살같이 달려온다. 그러면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콧잔등을 긁어주면 가만히 앉아서 눈을 지그시 감고 좋아한다.

 

 

 

   이 토끼는 먹성이 얼마나 좋은지 먹이가 있으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우물거리며 먹이를 먹는다. 원래 초식동물이지만 집에서 키우다 보니 밥이며 빵이며 있는 대로 먹이다 보니 초식성의 토끼가 강아지 식성으로 변했다. 심지어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이다 보니 아이스크림이며 과자며 떡이며 먹지 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식성이 변했다.  특히 단것을 좋아한다.

   이렇게 먹성 좋은 것을 아시는 장모님께서는 겨울철에 먹일 토끼먹이를 준비하느라 가을 김장철에 나오는 무청이나 배춧잎, 또는 길가에 자라는 씀바귀 등 토끼먹이가 될 만한 것은 다 모아 말려서 자루에 몇 자루씩 준비하신다.

 

 

 

   토끼를 키우다 보니 토끼집이 있지만 베란다에서 자유롭게 다니게 풀어놓았기에 토끼털이 날려 청소를 자주 해 주어야 한다. 물론 토끼는 훈련이 잘 되어서 토끼집과 베란다를 들락거리지만 오줌과 똥은 자기 집 안의 용변 처리함에서 스스로 처리하므로 생각처럼 지저분하지는 않다.

  청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물청소를 하는데 베란다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고압 호스를 사용하여 물을 뿌려주며, 덤으로 화초에 물까지 준다. 그러나 보니 어느 집 베란다 보다 깨끗하고 윤기가 흐른다.

 

   아내는 이 베란다에 30여개의 화분을 놓고 화초를 키운다. 아주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푸른색의 화초가 있는가 하면 울긋불긋한 것도 있고, 꽃이 피어있는 것이 있는가하면 요즘에는 화초 고추까지 열려있어 보기가 좋다.

   그런데 문제는 토끼가 그곳에서 놀다보니 그 많은 화초를 그냥두지 않는다. 제 입맛에 맞는 것이 있으면 잎은 물론이거니와 줄기까지도 남기지 않고 초토화시켜 버린다.

그러면 아내는 토끼를 향해 발길질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며 나에게 화풀이를 한다.

토끼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밖에 버리겠다고…….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대답이 있다.

“물고기 잡아서 매운탕 끓여 먹을 거야!”

아내의 또 한 가지 취미가 열대어를 키우는 것이기에 바로 그것으로 매운탕 끓여 먹는다는 나의 방어적 대답인 것이다.

 

 

 

  몇 년 전에 열대어인 구피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새끼를 많이 내고 새로운 어종도 들여와 지금은 종류도 다양하다. 또한 집안에 유리로 된 수족관을 비롯하여 뚝배기 어항, 항아리 어항까지 종류도 다양한 여러 개의 열대어 키우는 어항이 있다.

 

 

 

  아내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이면 출근을 하면서 어항에 먹이를 뿌려준다. 아주 작은 고기로부터 큰 고기까지, 또한 많은 새우와 다슬기, 물풀들 까지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자라고 있기에 먹이를 가루로 갈아서 먹인다.

  먹이를 줄때는 물고기들이 용케도 알고 물위로 올라와 서로 먹으려 머리 쌈을 한다. 오랜 시간 이렇게 물고기를 기르다보니 아내의 정은 물고기에 듬뿍 배어 있다. 내가 토끼를 키우는 것과 같다고 할까?

 

 

 

  토끼 키우기와 물고기 키우기 또 화초 기르기, 나와 아내의 서로 다른 취미이지만 이것이 있어서 생활에 활력이 되고 또 하나의 즐거움 내지 행복이라 생각한다.

 

 

 라이언 헤드 토끼 동영상

  

열대어 구피 동영상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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