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세상/이런일 저런일

어느 고양이의 안타까운 죽음

킹스텔라 2019. 8. 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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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출근길을 나섰다.

아파트 현관 입구를 나서자  고양이의 우는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들린다.

그 울음이 가늘고 길게 반복되며 무척 슬프게 들린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우리 아파트에는 길고양이가 몇 마리 살고 있다. 그런데 그중 두 마리는 내가 사는 아파트 현관 출입구 근처에 자주 나타난다. 한 마리는 누런색 고양이이고 또 다른 한 마리는 엷은 회색빛의 고양이이다. 처음에는 나를 보면 피하고 도망치더니 아침저녁으로 자주 마주치면서 내 얼굴을 익혔는지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살그머니 다가가 머리를 살살 만져주면 가만히 배를 깔고 엎드린다. 나중에는 만져주는 것이 좋은지 등을 땅에 대고 네 다리를 활짝 벌리고 배를 하늘로 향하고 눕기도 한다.

   하루는 아파트 현관 입구에서 가냘픈 고양이 소리가 들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장애인 경사로 밑의 좁은 틈새 속에 회색 고양이가 네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도저히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어미 고양이는 출산하고 새끼에게 젖을 먹이느라 그런지 허리가 홀쭉하며 가죽만 남았다. 새끼들이 어미의 젖을 얼마나 빨아댔는지 털이 다 빠져나가 백 원짜리 동전만 하게 도드라져 보인다.


 

  출근길과 퇴근 시에 이 녀석들이 잘 있나 확인하려고 냥이를 한 번씩 불러보는 것이 일과가 되었다. 경사로 밑의 좁은 틈에서 가끔 머리를 내밀고 장난치는 모습도 보이고 어미가 새끼를 젖먹이며 노는 모습이 참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이 평화로워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어놓았다. 그런데 요즘 사흘 정도 이 냥이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어미와 새끼가 노는 모습을 매일 보아왔는데 오늘은 어미의 울음소리만 들린다. 너무 궁금하여 아파트 관리사무소로 달려가 냥이가 보이지 않는데 어찌 된 일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았다.

  사연인즉 아파트 한 주민이 아침에 출근하기 위해 자동차 시동을 걸로 출발하는데 차 밑에서 고양이 새끼가 한 마리, 두 마리 죽어서 떨어졌다고 한다. 자동차가 이동하는 원거리까지 새끼가 다 죽어서 떨어진 것 같다고 추정을 했다. 아마 자동차 엔진룸에 새끼 네 마리가 모여 있다가 자동차 시동을 걸고 움직이면서 모두 죽은 것 같다. 어미는 그것도 모르고 목이 쉬도록 슬픈 목소리로 새끼를 찾으며 울고 있다. 전보다 더 바싹 말라 보인다. 참으로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새끼 고양이가 죽은 슬픈 이야기를 듣고 나오는데 또 다른 고양인 누런 고양이가 뭔가 커다란 덩어리를 입에 물고 아파트 주차장을 가로질러 오는 모습이 멀리 보인다. 점점 가까워진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새끼 한 마리를 힘들게 입에 물고 오는 것이다. 이 고양이도 얼마 전에 현관입구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 밑에 다섯 마리의 새끼를 낳았었다. 짐작컨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새끼의 안전을 위해 장소를 옮기는 것 같다.

 

   오늘 두 마리의 고양이를 지켜보면서 말 못하는 하찮은 동물일지라도 그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새끼를 지키려는 모성애는 사람과 똑같다는 것을 생각하니 가슴 한쪽이 먹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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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을 쓰는데 인터넷 뉴스 하나가 눈에 띈다. 부산에서 동물학대로 의심되는 고양이 시신이 발견되어서 조사를 하면서 CCTV를 확인했는데 놀라운 장면이 녹화되어있었다고 한다. 이 영상에는 피를 토하며 죽기 전에 몸을 심하게 떠는 고양이의 모습이 찍혀있었다고 한다주차된 차량 아래 숨어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새끼 고양이를 구하러 움직이는 차량 밑으로 들어가는 어미 고양이의 모습이 찍혀있었다고 한다.



(동영상)죽은 새끼고양이가 생전에 놀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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